◀ＡＮＣ▶

우리나라에서는 총기소유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죠.

하지만 제도적인 허점을 틈타서 엽총을 집에 두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김지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안녕하세요.

원래 사냥용으로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렵기간이 아닐 때는 경찰서에 보관하게 돼 있지 않습니까？

◀ 기 자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엽총을 마취총인 것처럼 수입해서 사고파는 편법을 썼습니다.

먼저 총을 파는 현장을 직접 보시겠습니다.

◀ 기 자 ▶

대전의 한 총포사에 가서 총을 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난데없이 동물용 마취총을 권합니다.

◀ＳＹＮ▶ 총포사 주인
"주사기가 나가는데 여기다 실탄을 넣으면 실탄이 나와요. 이렇게 꺾어서 딱, 딱 하고 두 발이 나가는 거예요."

◀ 기 자 ▶

또 사냥용 엽총과 똑같은 총이지만 마취총으로 수입했기 때문에 경찰서에 보관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ＳＹＮ▶총포사 주인
마취총으로 해서 이걸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집에서 보관하면서 쓰실 수 있어요. (사람이 맞으면 어떻게 되나요?) 이것도 사람 맞으면 죽지요.

◀ 기 자 ▶

다른 총포사들도 마찬가지로 엽총을 마취총이라며 팔고 있었습니다.

마취총을 사려면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자 개 몇 마리만 키워도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ＳＹＮ▶총포사 주인
보통 개 다섯 마리 이상이면 나와요.(개 다섯 마리요?) 그 정도도 농장으로 인정을 해줘요.

◀ＡＮＣ▶

동물용 마취총이라는 말이 낯선 분들도 많으실 텐데 원래 어떤 용도에 쓰이는 총입니까？

◀ 기 자 ▶

동물용 마취총은 원래 맹수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동물을 마취할 때 쓰게 됩니다.

미국처럼 땅이 넓고 그 목장이 큰 경우에는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면서 마취총을 쏘기도 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을 제외하면 이 총을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ＳＹＮ▶ 김영찬 / 대한수의사회 부회장
책에서만 봤어요， 외국영화 같은 데서 보고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데서만 봤지， 실제로 쓰는 것은 못 봤습니다.

◀ＡＮＣ▶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동물을 마취하는 데 쓰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이 마취총들이 어디에 있다는 겁니까？

◀ 기 자 ▶

저도 그 점이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또 어떤 목적으로 이 총들을 사고 있는 건지， 마취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묘지를 관리하면서 돼지 ７마리를 키우는 김 모 씨.

집 안에 들어가 보니 마취약은 보이지 않고 수렵용 실탄만 가득했습니다.

◀ＳＹＮ▶마취총 주인
(마취용으로 쓴 적은 한 번도 없으신거죠?) 그렇지요. (돼지가) 나왔을 때 사살용으로 쓰지요.

◀ 기 자 ▶

다른 남성은 아예 차에 총과 실탄을 싣고 다닙니다.

◀ＳＹＮ▶마취총 주인
(왜 싣고 다니세요?) 도난당할까봐. (실탄도 있는데요, 안에?) 급했을 땐 총도 쏴야 사람이 해가 없다 이런 얘기지요.

◀ 기 자 ▶

동물용 마취총이다 보니 경찰이 찾아와서 총을 검사하는 일도 없어서 심지어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택시운전기사도 총을 갖고 있었습니다.

◀ＡＮＣ▶

듣고 보니까 대부분의 마취총이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건데 이게 그러면 엽총과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똑같습니까？

◀ 기 자 ▶

네， 그렇습니다.

성능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 마취총에 마취용 주사기 대신 실제 총알을 넣어서 쏴봤습니다.

지금 보신 것처럼 １０ｍ 앞에 있는 맥주병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고요.

엽총과 같은 화력을 보여줬습니다.

게다가 총을 만든 이탈리아회사에서는 아예 자신들은 사냥용 엽총만 판매한다고 말했습니다.

◀전화ＩＮＴ▶ 총 제조업체
(마취총 제조하나요?) 안 합니다. (안 만드세요?) 네.

◀ 기 자 ▶

마취용 주사기와 실탄의 굵기가 같아서 엽총이 마취총으로 수입돼 팔리는 건데요.

수입허가를 담당하는 경찰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전화ＩＮＴ▶ 경찰청 총기업무 담당자
사실상 불가능한 얘긴데요. 마취총이란 게 구조에 있어서 엽총으로 불법 개조하지 않으면 마취총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구요...

◀ 기 자 ▶

전국에 마취총을 갖고 있는 사람은 ７０００명이 넘고 지금도 １년에 １００정 정도의 총이 마취총으로 분류돼서 수입되고 있습니다.

◀ＡＮＣ▶

걱정입니다.

실태가 이렇다면 이번 기회에 마취총에 대한 점검， 일대점검이 있어야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